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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잠금해제…생체인증시장 '눈떴다'

[디지털라이프]갤노트7 출시로 홍채인증 활성화 기대…접근성·보안성 두마리 토끼 잡는 인증 신기술


눈으로 잠금해제…생체인증시장 '눈떴다'/톰 크루주 주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홍채 인식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고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 한 남자가 길거리를 지나가자 ‘스파이더’(사람의 신분을 확인하는 홍채인식 로봇)가 그의 홍채를 알아차리고 움직인다. 건물 출입구에는 홍채 인식기가 달려있고 거리 곳곳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홍채인식 기기가 즐비하다.

# 한 여자가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폰을 든 팔을 앞으로 쭉 뻗고 화면을 응시했다. 스마트폰 앞면 양쪽 끝에 달린 두 개의 작은 렌즈가 동시에 작동을 시작했다. 왼쪽 렌즈가 적외선을 쏴 주면 오른쪽 렌즈가 홍채를 인식해 미리 등록해 둔 이용자의 홍채와 비교했다. 불과 1초도 넘기 전 스마트폰 잠금화면이 해제됐다.

과거 영화 속에서 그려진 2050년대(위)와 2016년 현실(아래)의 모습이다. 영화 속 상상이 일상이 됐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그려진 것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최근 현실 속에서도 홍채인식을 활용한 기술이 펼쳐졌다. 삼성전자가 19일 ‘눈으로 잠금 해제’할 수 있는 갤럭시노트7을 선보였다.

◇지문에서 홍채까지…삼성, 스마트폰 최초 홍채인식 기능 탑재=생체인증 시장은 ICT(정보통신기술)가 발전하면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단순한 통화 수단을 넘어 위치, 금융, 의료 정보 등 개인의 사생활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 수위가 그만큼 높아지면서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생체인증은 편리성과 보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준다. 생체인증은 홍채, 망막, 정맥, 지문, 얼굴, 열상 등 선천적인 생리적 특징을 이용하거나 음성, 걸음걸이, 서명방식 등 후천적인 행동 특징을 이용하는 방식 등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생리적 특징을 이용한 인증은 후천적 특징을 이용한 방식에 비해 정확도가 높다.

가장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방식은 지문인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체인식 시장에서 지문 인식이 60%가량을 차지한다. 지문인식은 기술적으로도 발전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도입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모바일 보안에 빠르게 접목된 이유다. 지문인식을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적용한 곳은 모토로라다. 2011년 모토로라가 '아트릭스'에 세계 최초로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했고 이후 국내 업체 팬택이 2013년 베가 LTE-A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기능을 구현했다. 지문을 등록해 잠금화면을 해제하거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숨길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발 늦은 애플이 같은 해 아이폰5S에 터치ID라는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했다. 터치ID는 사용자의 지문 스캔 정보를 애플의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아이폰에 저장한다. 터치ID에 지문을 접촉하고 일치하면 토큰이라는 일회성 비밀번호를 생성해 서비스 사업자에게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후 삼성전자가 2014년 갤럭시S5에 갤럭시S 시리즈 최초로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했다. 전원버튼에 지문 스캐너를 넣어 지문을 이용해 잠금화면을 해지하고 갤러리 내 사진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기능을 구현했다. LG전자도 지난해 10월 출시한 V10에 이어 올해 초 내놓은 G5에 지문인식 칩을 넣었다.

눈으로 잠금해제…생체인증시장 '눈떴다'/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자사 스마트폰 사사 처음으로 홍채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사진은 머니투데이 기자가 홍채인식 기능을 시연하는 장면 /사진=머니투데이
기술구현이 쉽지 않지만 복제가 거의 불가능한 홍채인식도 최근 들어 도입하는 기기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지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 될 수 있지만 홍채는 생후 18개월 이후 완성돼 평생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와 같은 홍채를 가질 확률은 10억분의 1정도다.

홍채인식을 일찌감치 도입한 곳은 후지쯔다. 후지쯔는 지난해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어두운 곳이나 선글라스를 낀 상태에서도 홍채인증을 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루미아950’에 홍채인식을 적용했다. 삼성 ‘갤럭시노트7’에 이어 다음 달 신제품을 발표할 LG전자는 프리미엄폰V20에는 홍채인식 기능을 넣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혁 이리언스 연구소장은 “홍채인증은 지문인식에 비해 보안성이 뛰어나고 정맥인식에 비해서는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모바일 시대에 가장 적합한 보안도구로 손꼽힌다”며 “홍채인증이 삼성의 전략폰에 탑재되면서 생체인증 시장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시대에 생체인증은 필수…정맥·안면 인식도 부상=생체인증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핀테크 시대의 도래와 맞물린다. 분실될 우려가 있는 모바일 기기로 거래를 한다는 점에서 보안이 중요하다. 나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인증 방식은 금융거래 시 해킹이나 이용자 노출로 인한 피해를 현저히 줄여줄 수 있다.

KT는 최근 생체인증으로 휴대폰 본인 확인이 가능한 ‘KT 인증’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휴대폰 소액결제 시 본인 확인을 위한 인증절차를 간소화하면서 동시에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용자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식별번호(PIN)와 지문, 목소리를 등록하고 휴대폰 본인 확인 및 휴대폰 결제 이용 때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면 금융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KT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을 위해기존 전자금융거래 시 요구되던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대신 홍채 인증으로 로그인하거나 계좌 이체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생체인증 분야가 향후에는 안면, 정맥인식 등으로 영역을 점차 넓혀갈 전망이다. 지문, 홍채 인식 다음으로 확산 가능성이 높은 안면 인식의 경우 눈썹 간 거리, 얼굴 뼈 돌출 정도 등을 인지해 이용자를 파악한다. 구글, MS, 애플 등이 안면인식 기능을 일부 기기에 탑재했다. 애플은 올해 초 안면인식 인공지능(AI) 업체 이모션트를 인수하면서 이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자사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에 얼굴 인식을 결합한 스마일투페이를 내놨다. 다만, 안면인식의 경우 이용자가 안경을 쓰거나 벗은 얼굴을 구분하지 못해 이용 시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는 한계가 있다. 얼굴 전면만 인식하는 것이 아닌 얼굴을 포함한 두상 전체를 인지하는 얼굴인식 기능도 개발 단계에 있다.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의 장점을 결합한 기술로 손꼽히는 정맥인식 기술도 부상하고 있다. 유럽에서 상용화된 정맥인식은 국내에서도 활용 중이다. 신한은행이 손바닥 정맥을 통한 본인인증방식을 도입한 무인점포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

차현성 한컴시큐어 부장은 “생체인증을 탑재할 수 있는 하드웨어 개발이나 소프트웨어단의 준비는 거의 다 끝났다고 봐도 될 정도로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올라 있다”며 “특히 홍채인식은 생체인식의 한 축으로 부상하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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