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uch Of Market)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들의 날카롭고 깊이 있는 ‘시장 읽기’

미국은 왜 금리를 동결했나③

[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미국은 왜 금리를 동결했나③/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br>
지방 여행을 가려고 기차표를 예매한 경우 여러분은 얼마나 여유를 두고 역에 도착하시나요? 보통 10~20분 일찍 가는 걸 목표로 하면 별 문제가 없죠. 설사 가는 도중에 교통에 문제가 생겨서 늦는다 해도 다음 열차를 타면 큰 탈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 중요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해서 비행기로 출장을 가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아무리 빠듯하게 잡아도 적어도 한 시간은 일찍 공항에 도착해 있는 게 안전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비행기를 놓치게 된다면 여간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으니까요. 아예 두 세 시간 미리 공항에 가 있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 봐야 내가 잃을 것은 '두 세 시간'의 여가뿐이니까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비행기를 탈 때 공항에 보통 세 시간 일찍 당도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조심성이 많은 인물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옐런 의장이 지난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래에 놀라울 정도로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에 대해서는 금리인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설사 이번에 금리를 안올리는 바람에 물가가 뛴다고 해도 그런 문제는 얼마든지 풀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는 바람에 금융시장에 다시 혼란이 일어나고 그래서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면 대응할 수단이 많지가 않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금리는 이제 더 내릴 여지가 거의 없는 '제로(0%)' 부근이고, 돈은 더 이상 풀기가 두려울 정도로 많이 쏟아내 놓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위험과 디플레이션 위험은 마치 중요한 해외출장을 앞두고 공항에 얼마나 일찍 가 있을까의 문제와 유사합니다. 이를 두고 "위험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릅니다. 대응수단의 비대칭성이기도 하죠.

옐런 의장은 이 점을 강조하면서 "조심스러운 접근법"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비행기를 놓쳐버리기 보다는 시간낭비가 좀 있을지라도 세 시간 이상 먼저 공항에 가 있는 게 든든하다는 것이죠.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은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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