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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사건' 판결이 기다려지는 이유

[the L][최현석의 머니&크라임]


'조영남 대작사건' 판결이 기다려지는 이유대작 의혹으로 인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창현기자


지난 10일 사기죄로 기소된 피고인 조영남과 매니저의 첫 공판기일이 열렸습니다. 그 공소사실은 2011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대작 화가에게 주문한 그림에 덧칠 작업만 하고 서명을 한 후 판매해 총 1억5300여만 원을 편취했다는 것입니다.

수사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은 무죄를 주장했는데 그 주된 취지는 △ 그림을 사는 사람에게 일일이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고 사는 사람마다 일일이 고지가 가능한지도 의문이 든다는 점 △ 유명인이 자서전을 썼다고 할 때 대필작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지도 의문이 든다는 점 △ 미술계에서는 조수를 쓰거나 도움을 받는 일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알 수 없다는 점 △ 조수가 90% 그림을 그렸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아이디어는 100% 자신이 제공했다는 점으로 보입니다.

수사 당시에도 사회 각계에서 많은 의견들이 있었는데 "현대예술에서는 콘셉트가 중요한 만큼 조씨가 콘셉트를 100% 제공했다면 대작은 문제 없다"는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조영남이 그림을 그렸다고 믿고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대작화가가 있고 덧칠만 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사기다"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사기죄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평소 스스로를 화가라고 칭하며 방송출연이나 언론지면을 통해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말해왔다. 전통 회화 방식의 미술작품 구입에 있어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여부는 계약의 중요요소로서 고지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사기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기망이란 사람을 착오에 빠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이미 착오에 빠져 있는 상태를 이용하는 것도 기망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에서의 주요 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대작 화가가 그림을 그렸고 자신은 덧칠을 했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고지의무가 문제되는 사례에서 판례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판례가 말하는 경험칙상 명백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 상황에 처할 경우 거의 대부분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중고자동차를 매수하는 사람이 그 중고차가 바닷물에 빠졌던 사실을 알았을 경우 비싼 가격을 주고 매수하지는 않는 것을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만약 그림 구매자가 대작 화가가 그림을 그렸고 피고인은 덧칠만 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림을 자신이 지급했던 가격으로는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인정되는지가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검찰 수사 과정 중 구매자 중 한 사람은 "나는 조영남씨의 작품인 줄 알고 비싼 가격으로 구입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면 당연히 피해를 입은 것이고 무명화가라는 분은 점당 10만 원을 받고 그림을 그려줬다고 하니 황당하고 안쓰럽기도 하다"고 밝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와 같은 구매자의 진술이나 일반적인 법감정으로 볼 때 그림을 비싼 가격으로 살 때는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예술계에서 조수를 사용하는 일이 종종 있고, 유명인 자서전에서 대필작가가 글을 쓰는 일이 많이 있기에 이를 일일이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사기죄는 살인죄나 절도죄 등 고전적인 범죄와는 달리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만들어진 점을 고려할 때 구매자의 신뢰가 깨졌다면 분명히 문제는 있어 보이고, 향후 유사사례에서의 고지의무에 대해 의미있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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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사건' 판결이 기다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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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해운대의 최현석 변호사는 외환은행에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9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 검사 등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해운대에서 수출입, 조세, 횡령을 비롯한 각종 경제범죄 사건을 주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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