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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품으로'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완성돼야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세금 아끼는 방법'


'국민 품으로'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완성돼야국회 본회의장


조세법률주의는 법률의 근거 없이 국가는 조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고, 국민은 조세의 납부를 요구 받지 않는다는 조세법의 대원칙으로 헌법 제59조에 명기돼 있다. 현 시점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명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조세법률주의가 확립되기까지는 수많은 항쟁과 희생이 뒤따랐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세법률주의는 인민이 절대권력자인 국왕에 맞서는 것부터 태동된다. 13세기 절대주의 국가에서 왕권은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인민은 저항 없이 왕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왕권신수설에 입각해 국왕은 누구의 승인이나 통제도 없이 조세부과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항해 1215년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에서 국왕의 조세부과권을 제약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원리로 기능한 것이 바로 조세법률주의다.

이후 조세법률주의는 유럽에서 태동한 의회주의에 입각해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조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보편적 시민주권 이념의 실현에 이바지 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항쟁과 인민의 희생이 뒤따랐다. 또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서 1773년에 발생해 독립전쟁의 발단이 됐던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 역시 영국의 가혹한 세금징수에 반발해 발생한 것으로 그 당시의 구호는 '대표 없이는 과세 없다'는 것이었다.

법률전문가도 어려운 조세법률 용어

이처럼 조세법률주의는 국민이 절대권력으로부터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항쟁의 산물이라는 역사적 연혁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조세법률주의는 오늘날에도 존재의미를 충분히 다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국민에 대한 조세부과의 근거가 되는 각종 조세 관련법은 반드시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에서 표결을 거쳐 제정·개정되도록 돼 있다. 국민의 대표에 의해 조세법이 만들어지는 외관만으로 보면 조세법률주의는 완전하게 보장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과연 현실은 어떠한가. 국회에서 제정·개정된 조세법령의 내용을 보고 그 의미를 이해한 후 자신이 부담해야 할 세액을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는 국민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또 현재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세금의 종류가 국세, 지방세 등을 포함해 무려 30여 가지나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까? 익금과 손금, 인정상여,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손충당금, 필요경비 등 조세법령에 등장하는 용어들은 사실 법률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민 접근성 높여서 조세법률주의 보장해야

더 큰 문제는 어렵고도 추상적인 법률용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법 해석을 통해 조세부과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우스갯소리로 국민이 아예 절세방안을 생각하는 것 자체를 못하도록 조세법령을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닐까 오해가 생길 지경이다.

비록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국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기화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자의적인 조세부과권의 행사가 가능하다면 실질적으로 조세법률주의가 보장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선조들이 엄청난 희생을 거쳐 쟁취한 조세법률주의가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세법령의 용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정비하고, 세액의 계산구조와 세금의 종류를 보다 간단하게 바꾸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또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가 존립의 근거가 되는 세금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조세를 부담하지 않는 불로소득이나 음성소득이 만연할수록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명목의 세금을 만들어 세수를 늘리려 하거나 세무조사를 통해 국민을 압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다. 국민은 투표권을 행사해 조세법률을 제정할 권한을 국회의원에게 위임했다. 그 국회의원들이 과연 조세법률주의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줄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국민 품으로'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완성돼야
법무법인(유)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는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28기)을 수료했다. 주요 업무는 조세 관련 쟁송과 세무조사, 행정불복 분야이다.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을 거쳐 조세 및 행정 전문 법원인 서울행정법원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각종 조세불복 사건, 행정상 인허가, 재개발·재건축, 도시개발사업, 산업재해 사건 등 행정사건을 처리했다. 현재 대법원 특별법연구회, 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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