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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유포해도 '지운다' 말만 믿고…2차피해 무대책"

[the L리포트]서울여성변호사회 온라인 성폭행 실태 분석 "2명중 1명은 재범…걸려봤자 벌금"


"몰카 유포해도 '지운다' 말만 믿고…2차피해 무대책"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A씨는 워터파크 수영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피해자 40명의 하체 부위를 촬영했다. 또 남에 집 욕실 환풍기에 카메라를 대고 피해자가 목욕을 하고 나오는 장면도 촬영했다. 피해자들과 합의를 이루지도 못했지만, 법원은 2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 B씨는 지하철에서 733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허벅지 등을 촬영하다가 걸렸다. 법원은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몰래카메라(몰카)를 찍다가 걸린 피고인 10명 중 7명은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적발된 경우에는 10명 중 6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실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들은 100명 중 5명에 불과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온라인 성폭력 실태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관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몰카범 2명 중 1명은 '재범'…10명 중 3명은 '5회 이상' 걸려

여성변회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선고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한 판결문 1540건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1심에서 71.97%는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집행유예 14.67%, 선고유예 7.46%, 징역형 5.32% 등으로 나타났다.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경우에도 79.97%가 3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의 경우 87.8%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해졌다.

특히 몰카범의 경우 53.83%가 2회 이상 범죄를 저질렀다. 5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이들도 31.23%에 달했다. 몰카범 절반 이상은 재범을, 10명 중 3명은 5회 이상 범행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1540건의 사건 중 293건은 항소를 했다. 2심에서도 벌금형이 46.76%로 가장 많았다. 선고유예가 22.3%, 징역형 16.55%, 집행유예 12.23% 순이었다. 피고인이 항고한 64건 중 8건만 형량 변화가 없었다. 대부분 형량이 줄었다.

같은 기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관한 판결문 278건을 분석한 결과, 64.41%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16.22%, 선고유예 6.76%, 징역형 5.86% 순이었다. 2심에서도 벌금형이 53.8%, 선고유예 15.38%, 징역형 10.77% 순으로 절반 이상이 벌금형이었다.

역시 절반 가까이가 재범이었다. 피고인의 48.2%가 2회 이상 범죄를 저질렀다. 22.88%는 5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이들 중 90.15%는 300만원 이하를, 징역형의 경우 전원이 1년6개월 이하를 선고받았다.

발표를 맡은 김현아 변호사는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비해 법원의 양형이 너무 낮다"며 "초범이면 당연히 벌금형이라 생각하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동영상이 삭제됐더라도 다른 저장매체에 남아있을지 모르고, 어딘가 떠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동영상 유포했어도 '지우겠다' 각서만 믿고 확인 안해"

실제 피해자 심층면담 결과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이 인터넷 등에 유포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통신매체라는 특성상 '유포'를 통한 2차 피해 우려가 크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유포가 이뤄지고 난 경우도 문제다. 김 변호사는 "촬영된 사진, 동영상이 제3자에게 유포된 경우 삭제 여부에 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카톡 단체창에 사진을 전송했던 경우 제3자들의 '사진을 삭제하고 유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만 믿고 실제 삭제 여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과 법원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경우 직접 신체 접촉이 발생한 성범죄보다 경미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2차 피해와 불특정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며 "형사조정절차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면하는 경우가 있는데 분리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양형을 선고할 때 △촬영자의 의도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의 피해 감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몰카를 찍다가 걸렸는데도 무죄 선고가 난 판례는 특정 신체 부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옷차림과 노출 정도 등을 중요한 판단요소로 두고 있다"며 "이에반해 촬영자의 의도와 피해자의 감정 등에 대한 성찰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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