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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로스쿨 평가위…대한변협은 왜 교육부 추천인사를 거부했을까

[the L]대한변협 "부적절 인사"vs 교육부 "이유없는 거부"


반쪽짜리 로스쿨 평가위…대한변협은 왜 교육부 추천인사를 거부했을까

지난 2월 구성됐어야 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평가위원회가 6개월이나 늦게 출범하면서 시작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원래 11명의 위원으로 구성해야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교육부 추천 인사 1명을 제외하면서 10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정원을 채우지 못한 위원회는 법에 어긋나기때문에 교육부가 지원한 예산 집행을 정지하라고 통보했다. 대한변협은 왜 교육부 추천 인사를 거부했을까.

대한변협 "교육부 추천 인사 부적절…10명만 위촉"

대한변협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대회의실에서 로스쿨 평가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위원으로는 △신용간 변호사 △전지연 연세대학교 법전원 교수 △노수환 성균관대학교 법전원 교수 △김재중 충북대학교 법전원 교수 △이정민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 △이영재 법무부 법조인력과장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 △강석훈 한국방송공사 보도국 국제주간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영호 서울기독대학교 교무연구처장 등이 위촉됐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에 따르면 평가위원회는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대한변협이 발표한 위원은 10명 뿐이다. 대한변협은 이에대해 "교육부 추천 인사 중 1명이 평가위원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다른 인사로 교체해 추천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10명의 위원만 위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법대 교수 입장 대변 못할 것"VS교육부 "거부 이유가 불명확…교체 사유가 없다"

로스쿨법은 평가위원회를 대한변협 소속으로 두지만, 11명의 위원 중 4명은 '법학교수 또는 부교수로 교육부 장관의 추천을 받은자'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지난 1월 교육부에 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이에따라 지난 5월 교육부는 로스쿨 교수 3명과 수도권 사립대 법학과 교수 1명을 추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로스쿨 법학대학 교수를 추천해 달라는 대한변협 요청이 있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로스쿨 평가를 로스쿨 교수가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변협은 교육부의 추천 명단을 받고 지난 8월 "(해당 인사는)전국 법과대학 교수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적합한 인사를 재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담당자는 "대한변협 측은 단지 법학대학 교수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외에 교체를 해야 하는 다른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로스쿨을 평가하는 데 법학대학 교수들의 입장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후보에게 어떤 법률적, 실질적 하자가 전혀 없어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가 나름대로 평가 과정을 거처 선정한 위원을 단지 대한변협 입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체를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데 납득할 수가 없다"며 "앞으로도 대한변협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추천할 때까지 거부를 할 수도 있는 일인데, 법적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모르지만 지금 제시한 이유는 교체 사유가 안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측은 "평가에 적합한 위원을 뽑아야 하는데 자체 조사 결과 교육부가 추천한 위원은 평소 부적절한 언사를 하는 등 불란의 소지가 많을 것으로 보여 위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측은 내부 교육위원회와 대한변협 회장이 직접 인사 평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지원예산 집행 제한" VS 대한변협 "예산집행 교육부가 결정할 일 아니야"

대한변협이 추천 위원 위촉을 거부하자 교육부는 평가위원회 지원 예산 집행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 측은 "평가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의결해야 하기때문에 위원을 10명으로 구성할 경우 불합리가 발생한다"며 "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위해 평가위원회 구성이 완료될 때까지 예산 집행을 제한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평가위원회 예산으로 2억원을 지원해야 한다. 이중 1억원만 대한변협 측에 지급한 상태다.

교육부가 예산 집행 제한을 통보하자, 대한변협은 지난 25일 '교육부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평가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적극 협조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변협 측은 "교육부장관은 추천권만 있고 위촉권은 대한변협 회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위촉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예산 또한 법으로 정해진 것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예산집행 중단도 요구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반쪽짜리 평가위원회 평가…로스쿨이 거부할 수도 있다"

로스쿨 평가위원회는 '로스쿨의 교육·조직·운영 및 시설 등에 대해 평가'를 하기 위한 조직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기법 개발, 평가기준 수립 등도 평가위원회가 맡아한다. 평가위원회는 로스쿨이 문을 열고 4년이 되는 해에 처음 평가를 하고, 이후 5년마다 로스쿨 평가를 해야 한다.

당장 내년에 로스쿨 평가가 예정돼있다. 이번에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평가기준 등을 만들어 평가를 하게 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각 로스쿨은 학생 정원이 변경될수도 있고, 인가 취소를 받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로스쿨을 폐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구성되는 평가위원회 구성이 중요한 이유다.

만약 평가위원회가 10명으로만 구성된다면, 당장 내년에 평가를 받은 로스쿨 입장에서는 평가위원회 구성에 문제제기를 하며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 사립대 A 로스쿨 교수는 "법에서 4명의 위원을 교육부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대한변협이 위촉하도록 한 것은 대한변협에 부여한 일종의 형식적 권한"이라며 "한 쪽에만 모든 권한을 부여하면 객관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서로 견제하도록 한 것인데 이를 대한변협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변협이 사시존치를 위한 활동을 하면서 안그래도 로스쿨에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로스쿨협의회에서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위원회의 평가를 받지 못하겠다고 거부하거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다"며 "평가에 대한 모든 단계에서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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