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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VR'서 '체감 VR'로…차세대 가상현실 눈앞에 펼쳐진다

[디지털라이프]구글 vs 페이스북 'VR 패권' 경쟁…소셜·광고 시장 위해선 필수적


'보는 VR'서 '체감 VR'로…차세대 가상현실 눈앞에 펼쳐진다
'‘와우~!’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의 개발자대회(오큘러스 커넥트 3)에선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연단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가 ‘오큘러스’ 시제품을 머리에 쓴 이후부터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가상세계에서 곱슬머리 아바타로 변신한 저커버그 CEO는 자신처럼 아바타 모습으로 나타난 페이스북 직원들을 만났다. 저커버그 CEO 앞에 있는 청중들의 모습은 현실 모습 그대로 화면에 보여졌다. 이들은 화성을 탐험했다가 저커버그 CEO의 사무실과 집까지 찾아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과 화상 통화를 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진짜인지 거짓인지,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이 상황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혼합된 융합현실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VR가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VR가 보는 형태에 국한됐다면 머잖아 VR 속에 상대방과 상호작용하는 이른바 체감형 VR 세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는 영상이나 게임뿐 아니라 소셜 기능까지 구현할 수 있는 세계를 의미한다.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VR의 확장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글로벌 업체들의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선두에 섰다.

'보는 VR'서 '체감 VR'로…차세대 가상현실 눈앞에 펼쳐진다/구글 '데이드림 뷰'는 무선 콘트롤러를 통해 체험형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출처=구글
◇구글에 도전장 내민 페이스북…‘VR패권’ 경쟁 본격화=저커버그 CEO가 오큘러스 개발자대회에서 이른바 ‘소셜VR’를 공개하기 이틀 전 구글은 VR 기기인 ‘데이드림 뷰’를 공개했다. 구글이 다음달 선보일 새로운 VR 플랫폼 ‘데이드림’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용 기기다. 데이드림은 단순히 ‘보는 VR’에서 ‘함께 즐기는 VR’를 표방한다. 사용자들은 무선 컨트롤러를 이용해 단순한 메뉴 조작뿐 아니라 낚싯줄로 물고기를 잡거나 부메랑을 던져 목표물을 명중하고 프라이팬에 올려진 팬케이크를 뒤집는 등의 동작을 할 수 있다.

데이드림은 기존 VR와 달리 빠른 응답속도가 특징이다. 구글은 운영체제가 센서 데이터를 읽고 픽셀을 디스플레이에 전송하는 방식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입체적인 3차원(3D) 그래픽과 빠른 화면 반응속도를 구현했다.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멀미 없이 VR를 즐길 수 있도록 스마트폰 제조사 및 3D 그래픽 API 개발사와 협력했다고 구글은 밝혔다.

한편, 구글이 다음달 출시할 데이드림 뷰의 가격은 79달러. 기존 구글 카드보드 가격 15달러에 비해선 비싸지만 600달러짜리 오큘러스 리프트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다만 데이드림 뷰는 구글의 스마트폰 ‘넥서스’와 같은 레퍼런스(참조) 기기로 각종 전자기기 제조사들과 협력해 데이드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기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데이드림’ 생태계를 조기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VR 서비스도 이용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결합된 형태였다는 점에서 구글의 데이드림과 공통점이 있다. 저커버그 CEO는 VR에서 무선 컨트롤러를 이용해 다른 장소에 있는 아내와 만나 사진을 찍고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업로드했다. 직원들과 카드와 펜싱 게임을 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사진뿐 아니라 비디오, 포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상공간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은 VR 단말기의 부피가 크고 손동작을 위한 컨트롤러가 필요하지만 앞으로 10~15년 후에는 안경과 유사한 형태의 간편한 기기로 진화될예정이다.

'보는 VR'서 '체감 VR'로…차세대 가상현실 눈앞에 펼쳐진다/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는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오큘러스 개발자대회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외부에 있는 부인과 자신의 집 안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시연했다./제공=오큘러스개발자대회
◇‘체험형 VR’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소셜’·‘광고’ 시장에서의 가능성=전문가들은 구글, 페이스북 등 VR 양대 플랫폼 서비스를 감상형에서 체감형 콘텐츠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그동안 성장 속도가 더뎠던 VR 시장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드웨어 및 콘텐츠 생태계 지형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가령, 구글은 센서와 칩 생산 등을 위해 HTC, LG, 샤오미, 화웨이, ZTE, 에이수스, 알카텔 등과 손잡고 자사 플랫폼인 유튜브, 플레이스토어를 비롯 넷플릭스, 훌루 등을 통해 동영상, 게임 등의 콘텐츠를 공급할 계획이다.

VR 기술 진화로 이를 활용할 응용 서비스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강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지금까지의 VR가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VR에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VR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다양한 업종에 활용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들이 VR를 활용해 더 이상 장소를 빌려서 진행하는 모터쇼를 열지 않고 인테리어 사업자들은 더욱 실감 나는 설계 과정을 통해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체감형 VR 기술은 기존 SNS 서비스 패러다임도 크게 바꿔놓을 예정이다. 저커버그 CEO는 올해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6에서 “VR는 미래 소통의 플랫폼”이라고 말하며 SNS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가 이날 시연한 VR헤드셋 시제품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달리 PC와 연결할 필요도 없고 스마트폰 없이도 작동했다. 이는 독자적인 VR생태계 구축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룡들이 체감형 VR를 갈구하는 이유는 결국 영상 및 광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은 이미 광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세력으로 부상했다. 예컨대 국내 1위 광고회사 제일기획만 해도 구글, 페이스북 등과 함께 SNS 광고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시장은 이미 전통매체 광고에서 VR와 같은 신기술이 접목된 곳으로 넘어가는 중”이라며 “VR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광고, 마케팅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신시장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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