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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급증'…화폐발행잔액 첫 100조원 돌파 눈 앞

2009년 이후 연간 6조~11조원 증가…통화유통속도 되레 감소


'5만원권 급증'…화폐발행잔액 첫 100조원 돌파 눈 앞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화폐발행잔액이 사상 첫 10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5만원권 발행 증가, 저금리 장기화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화폐발행잔액(말잔)은 96조1282억원으로 한 달간 3조2526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2월 처음으로 90조원을 넘어섰던 화폐발행잔액은 3월 소폭 감소한 뒤, 6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매월 최대치를 경신했다. 화폐발행잔액은 올해 1~9월에만 약 10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런 증가 속도라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화폐발행잔액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본원통화에서 금융기관들의 지급준비금을 뺀 것으로, 가계·기업 등 민간에 풀린 현금 규모로 추정되는 지표다.

화폐발행잔액은 5만원권 발행 이후 급증세다. 이에 더해 저금리 기조도 한 몫 했다.

실제로 2000년~2008년 화폐발행잔액은 21조원에서 30조원으로 연평균 1조원 정도 증가했다.

그런데 5만원권이 발행된 2009년 이후 2012년까지 매년 6조~7조원 증가했다. 특히 추가 금리인하가 본격화된 2013년부터 연간 화폐발행잔액 증가 규모가 11조~12조원으로 더 확대됐다.

화폐발행잔액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6.5%에서 올해 9월 76.7%로 5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시중 유동성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돈이 유통되는 속도는 점차 느려졌다.

한은이 공급한 본원통화 신용 창출량을 나타내는 지표인 통화승수(시중통화량/본원통화)는 올해 8월말 기준 17.48로 집계됐다. 지난 1999년 30을 넘었던 국내 통화승수는 지난 2014년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진 뒤 하락세다.

또한 올해 7월 기준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예금평잔액/월간 예금지급액)은 20.3회로 2005년 2월(18.1회) 이후 11년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인, 기업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인출하는 횟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최근 소비, 투자 부진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3.6% 감소했고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94만36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03%(물가상승률 감안시 0.9%) 줄었다. 시중 유동성을 늘려도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국내 기준금리가 현재 1.25%로 제로금리, 마이너스금리를 채택한 선진국보다 통화정책 여력이 남아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여서 추가적인 완화적 통화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상존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확장적 통화정책의 경기회복 효과를 높이려면 구조개혁과 동시에 경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분석결과, 2001~2007년 0~20 안팎이었던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글로벌금융위기시 100으로 치솟았다. 이후 2011년 남유럽 유럽재정위기(58.4), 올해 초 중국 금융불안(45.9) 등으로 최근 들어서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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